시연하러 in IFAC

지난 주 초, IFAC에 참가해서 시연을 하라는 특명을 받고 서울에 올라갔다.

9시까지 가야된다는 연락이 와서, 이른 아침 일어나서 코엑스로 향했다.

IFAC가 어떤 학회인지도 몰라서, 대충 시연하면 되겠지 했는데 가자마자 오판했음을 느꼈다.

일단 우리끼리하는 동네 조그만 학회는 아닌 듯 했다. 그 면적에 놀랐고, 많은 외국인들에 한번 더 놀랐다.

학회면 의례적으로 오는 책가게(엘스비어와 이에티 등)와 기타 제어 관련 회사들이 홀 하나를 차지하고, 홀 건너 여러 방에서 각 세션이 진행되었다.

총 서른 개가 넘는 세션이 5일간 진행되었으니 크기가 꽤나 큰 학회인듯 하다.

제어가 주 분야인 학회라서 그런지, 우리 팀(우리팀에서는 제어를 안한다)에서 하는 시연을 신기해 했었다.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우리가 가져간 로봇이 음성인식이 된다는 설명에, 미쿡 유명대학교 교수님 두분이 오셔서, 대뜸!.

> Could you show me the NewYork Times?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런 건 안되고요 라는 설명에...

> w, w, w, ., n, y, t, i, m, e, s, ., c, o, m.

이라고 친절히 불러주시는 옆의 교수님...ㅡㅡ;

학습이 안되서 안되다는 설명에 내일 올테니 되게 해달라는 요청에 또 한번 땀 삐질...

가시고 나서 리서치 한 결과, 꽤나 유명한 교수님이신가 보다. 제어에서.

우리가 바보인건가, 아님 우리가 할게 많은 건가.

첫날 시연을 마치고 온 코엑스 인근 공원. 설에서는 도심 한가운데 이런 것도 있더라...
불이 꺼지면 다소 추하다.
촌놈에겐. 돌 바닥도 신기해 보인다.


담날, 옆에서는 로봇 축구를 시연했었다.

로봇 축구하면 드라마로 유명해진 대전의 카대!. 벗, 후에 드라마에 나온 건 카대 로봇 축구 팀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내가 나온 대학교에서도 로봇 축구가 강했지만 안타깝께도 후배들은 오지 않았다.

이족 로봇에 의한 로봇 축구. 지금은 로봇이 자기 몸 추스리기에도 버거운 듯 보였다.
드라마에서 본, 내가 알던 로봇 축구. 카대와 설의 경대가 시연했었다.

엄청 빠르고 힘이 느껴져서 그런지, 앞의 로봇 축구와 비교하면 EPL과 울나라 국대의 경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문제가 생겨서 얼른 수리하신다.

무언가 내가 심오한 메커니즘이 들어있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티비에 자주 나왔던 에버.
 

by yochin | 2008/07/14 18:31 | 트랙백 | 덧글(0)

소방훈련

지난 주 목요일 쯤, 회사에서 소방훈련이 있었다.

물론, 직원들은 훈련대상이 아니었고, 청경 분들과 소방관들 위주로 진행되었다.

원래는 무관심했었는데, 창문으로 어렵풋이 보이는 소방차 사다리 때문에 밖으로 냅다 뛰어갔다(내자리에서 건물 현관까지는 뛰면 5초, 걸으면 20초).

유치원 이후로, 소방차가 사다리 펴는 것을 처음 보는 지라 흥분과 감동이었다.

날개를 편 소방차. 권위없는 소식통에 따르면 뒤에있는 사다리차는 인명구조용이라고 한다.

내가 본 소방차만 사다리차 두대(꺾이는 거, 펴는 거), 물통차 한대, 지휘(?)하는 차 한대, 앰뷸런스 한대였다.

곧이어 사다리차도 사다리를 모두 펴고...

꽤 긴 사다리차. 아마 그 마저도 덜 편것 같다. 다 펴면 얼마나 될까?
다소 더운 날씨에 방열복으로 완전 무장하신 소방관 세네분이서 건물을 오르내리셨고, 보진 못했지만 아마 땀이 비오듯 했을 것 같다.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기를 기다린지 10분이 지났을까, 건물 창문쪽으로 물줄기를 뿜기 시작했다.

뿜어지는 물들. 고생하시는 소방관님들.

아. 하늘 쪽으로...

곧이어 사다리차에서도 물이 분사되었다. 사다리차 끝에 물을 원격으로 분사하는 장치가 있다는 사실도 첨 알았다. 원격 로봇.

Double Spray? Dual Spray? Two Sprays?

어제 오늘, 뉴스를 보니 저런 걸로 사람한테도 쏘고, 저렇게 고생하시는 소방공무원 분들도 자를꺼라고 하더군.

자기는 시원하게 골프카타고.

잘한다.

by yochin | 2008/06/03 11:53 | 회사에서 | 트랙백 | 덧글(1)

지독한 감기.

지난주 주말부터 소소하게 시작됬던 감기가 어제를 고점으로 점점 나아지고 있다.

약사와 의사는 멀리한다는 나의 개똥신조 때문에 약을 안먹고 버텨서 7일은 갈 것같다.

그저께 아침에는 몸살기운도 있었지만, 잘 먹고 잘 잔 덕분인지 이제는 약간의 기침만이 남아있다.

원래는 이정도까지 안 갈 감기였는데 지난 월욜 일 덕에 심해진 것 같다.

.

지난 월욜에, 퇴근을 하고, 기분좋게 샤워를 하고, 쭐래쭐래 방으로 돌아왔을 때, 방문은 잠.겨.있.었.다.

어제 저녁에 환기를 한답시고 창문을 열어놓은게 화근이었다. 방이 통풍이 잘되면서 순식간에 닫혀버린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가진 연장들은, 내가 입은 속옷 한장과 세면도구들...

당황스런 순간, 내 머리속을 스친 건 오늘 일찍 퇴근한다는 룸메형의 말.

지나가는 사람들을 애써무시하면서 기다린지 20분이 다되간다.

룸메형을 포기하고 두번째 안으로 같은 층 아는 사람들에게 비상키 부탁하기.

그날따라, 후배놈도, 룸메친구형도 방에 없.다. 왜!, 방에 불은 켜놓고...

ㅡㅡ;

다시, 치약 튜브로 문열기를 시도.

문틈으로 밀어넣으면 들어가면서 열릴거라는 내 상상은 망상이 되버렸다.

40분쯤이 지나고, 내눈에 띈 것은, 빨래건조기에 널린 반바지와 티셔츠.

내 맘속에서는 쪽팔림과 양심, 절망과 지침이 서로 섞이면서 다시 10분이 흐르고,

결국 1분이라는 타협안으로 잠깐 옷을 빌렸다.(주인 허락없이)

경비실에서 비상키를 가지고 오면서 옷을 고이 다시 널어놓고,,,

방에 들어왔을때 거의 한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날, 그렇게 밖에서 있으면서, 쪽팔릴때는 몰랐지만,

담날, 그리고 그담날, 나는 아프기 시작했다.

그날, 룸메형 친구, 후배놈은 집에 일찍 들어갈꺼라는 룸메형을 꼬셔서 한남대에 브라운아이즈걸스 보러 갔었다. 셋이 사이좋게.

by yochin | 2008/05/23 13:52 | 일상생활 | 트랙백 | 덧글(0)

강박관념장애 [强迫觀念障碍,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강박관념장애 - 엠퐈스 백과사전에 따르면 강박관념이나 강박행동을 경험할 때 생기는 심리적 이상증세.

강박관념은 어떠한 생각을 억제함에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으로 예를 들면, 집을 나오기 전 난로를 껐는지 계속 생각하는 증상, 누군가와 악수후 몸이 더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을 들 수 있다.

강박행동은 무의미 & 틀에 박힌 행위를 반복해서 하는 행동으로, 그러한 행동과 그로 인한 상황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없음에도 그러한 행동을 통해 그 상황을 유발 or 방지하고자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예로써, 손을 계속 씻거나, 난로 스위치가 꺼졌는지 계속확인하는 등의 행동등이다.

이러한 증상에 빠진 사람의 성격은 완고, 끊임없는 의심, 변덕스러움, 지나친 도덕기준, 소심, 표현장애, 긴장 등을 들 수 있고, 결과로써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 생산성이 떨어지고 헛된 수고로 힘을 낭비하게 된다.

From 엠퐈스 백과사전 & 요약.


대학교때부터 이와 비슷한 증상이 간헐적으로 내게도 있었다. 시험기간이나 큰 일을 앞두고 자주 있어왔고, 내 주위에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조금씩은 있는 증상으로 치부했었다.

그리고 요즘, 그러한 증상이 다소 심해지는 듯 하다. 몇달전 티비에서 봤던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위해 장갑을 끼고 악수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강박관념장애'에 해당하는 증상 중 일부를 나도 곧잘 하고 있다. 좀 더 자주.

문제는 이게 아주 스트레스를 주지만 매우 비생산적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쓰레기를 버리면서 중요한 서류가 휩쓸려가진 않았나 하는 염려, 돈을 보내고 잘 보내졌나 하는 근심 등, 지극히 사소한, 그래서 짜증나는 병이다.

나에게는 이러한 증상이 정신 놓고 살 때는 안 일어나지만, 쫌 열심히 살라고 하면 일어난다. 그래서 최근에 좀 열심히 살려고 하니 이 친구가 나를 반기는 듯 하다. 보기 싫은데...

혹시 이런 증상을 겪어보신 분이나 해결책 또는 완화법을 아시는 분은 좀... 어떻게...

by yochin | 2008/04/28 13:57 | 일상생활 | 트랙백 | 덧글(0)

내가 살던 자취방은...

주말에 무거운 몸을 끌고 수원에 갔다왔다.

간만에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걷고...

애들은 언제봐도 그대로다.

하지만 다들, 우리는 그대론데 새상이 너무 젊어졌다고 한탄했다.

간만에 수원에 온김에 자취방에도 가봤다.

지금으로부터 7년전, 월세 16만원에 나만의 보금자리,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399-30번지(?).


내가 살던 자취방은 찾아가는 길도 거의 까먹었지만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다. 더 깨끗하게.

자취방 앞에는 최신식 아스팔트 도로가 놓여져 있고,


낡았을 꺼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지금 봐도 럭셔리하다.


1년 6개월을 살면서 저기 저 위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떨어질까봐.

저건물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다.

옛날 내가 살던 자취방 옆에는 신혼부부님들도 살아서 나름 즐거웠는데...

비록 겨울에 하루 두번만 뜨거운 물 나오고,

세탁할려면 타이밍 잘맞춰서 가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by yochin | 2008/04/15 12:12 | 일상생활 | 트랙백 | 덧글(2)

사과상자

어제 밥 먹기가 싫어서 돈킨 빵으로 저녁을 때우다가,

옆에 팔고 있던 과일 트럭을 무심코 봤는데,

너무나 반가웠다.

너무나 평범한 사과상자.

대충 보면, '금오산', 좀 더 눈을 부릅뜨면, '무을농협협동조합', 그 옆에 '구미시'라고 보일 것이다.

그렇다. 구미에서는 핸드폰만 나는게 아니라, 사과도 난다. 쌀도 나고...

그냥 외롭게 밥먹다가 단지 구미서 나는 사과상자만 봤을 뿐인데 안찍던 사진까지 찍었다.

by yochin | 2008/04/04 17:14 | 일상생활 | 트랙백 | 덧글(1)

그리스 출장기 - intro

마지막으로 글을 쓴지 4개월정도가 되었다. 매번 블로그에 글을 쓰자고 다짐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로 미뤄오다가 드디어! 지금 지난해 갔던 그리스 여행기나 올려야겠다는 맘이 들었다.

지난 번 홍콩 출장도 대충 올렸지만, 이번에는 마치 포스트잇으로 낙서를 끄적이는 것 처럼 써야겠다.

출발하기전 그리스는, 마치 고대의 신비를 담은 듯한 여신의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는 그리스는 '그리스 정교', '그리스 로마 신화', '축구 한국vs그리스', '포카리스웻'가 전부이지만 모두 괜찮은 인상의 것들 이었다. 더군다나 짬을 낸 일정속엔 이쁜 연예인들은 죄다 광고를 찍었던 포카리스웻의 그 마을을 가보는 것도 포함되어있었기에 기대만빵이었다.

Day - 1
타고갈 비행기는 타이항공과 싱가폴항공을 고민과 고민을 하던 끝에 승무원이 조금 더 예쁘고 삭수가 없다는 싱가폴항공을 선택했다. 일정상 뱅기가 싱가폴을 거쳐서 가야되기에 이번 여행은 뱅기에서 자고 먹을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by yochin | 2008/03/18 12:17 | 감상글 | 트랙백 | 덧글(0)

노래.

요즘 낙중에 하나가 CD를 구워서 차에서 듣는 것이다.

CD의 용량이 한정되어있다보니 굽다 보면 자연스레 그때그때 내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것만 넣을 수 있게 된다.

옛날에 구워놓은 CD들을 들어보면 내가 이런 노래를 들었었나 싶기도 하지만,

노래를 듣다보면 노래마다 느낌들이 있다.

어떤 노래는 그 노래를 자주 부른 사람이 떠오르고, 그 때의 표정, 모습, 손동작마저도 떠오른다.

고3시절, 힘들었을 때 듣던 노래는 그때의 숨가쁨, 도피처의 느낌도 베어있고,

대학교때 자주 듣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마치 내가 막 수업에 들어가야할 것 같은 느낌도 난다.

노래가 노래 자체도 좋지만, 추억까지 같이 담고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그게 노래 뿐이랴만은 노래가 그 추억을 꺼내는데 효과적인 도구중에 하나임은 확실하다.


산토리니, 검은 해변 까마리, 알콜이 들어간 커피와 늦은 오후


by yochin | 2007/11/30 09:29 | 일상생활 | 트랙백 | 덧글(1)

어쨌든 반갑다, 첫눈아.

유난히 일어나기 힘들었던 아침.

학원을 갈려고 나갔더니 웬걸이나, 눈이 잔뜩 와있었다. 눈같은 비도 조금씩 오고 있고.

차 위에 소복히 쌓인 눈이며, 이내 학원 갈 걱정이 앞섰다.

추우면 시동이 안걸리는 까스차의 특성상 빌고 또 빌었다.

"푸릉"하면서 시동이 걸렸는데 1m가더니 시동이 꺼져버렸다.

시동을 걸고, 또 걸어도 이미 차는 넉아웃.

이른 시간에 정비아저씨가 올리도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기숙사 길 중간에 차를 세워놓은채, 택시타고 갈 수도 없고...

한 10분을 기다렸다가 다시 걸었다니 반갑게도 다시 걸렸다.

또 꺼질까봐 조심조심히 예열을 한 뒤, 학원에 갔다. 이미 10분 늦은체...

.

돌아오는 길은 이미 눈의 흔적이 거의 없어졌었다.

'그래도 첫눈인데 이리도 빨리 사라지나...'

아쉬운 맘을 가지고 회사에 왔을 때, 사라졌던 것 같은 흰넘들이 남아있었다.

반갑게도.

암튼, 반갑다, 첫눈아.

운동장에 쌓인 눈들.


넌 이미 늦었다.


비교적 균일하게 쌓인 눈들


의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쁘다.


아직 흔적이 없는 벤치?


나무에는 이미 녹았다.


여기 빼고.

by yochin | 2007/11/21 15:28 | 회사에서 | 트랙백 | 덧글(0)

이야기 하나

예전에 봤던 글인데 오늘 또 보니 좋아서 펌질 합니다.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다행히 나도 이런 친구가 있는 것 같다.

by yochin | 2007/11/20 09:20 | 일상생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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